[이재창의 데스크 시각] 탄핵이 던진 네 가지 메시지

입력 2016-12-11 17:57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 이재창 기자 ] 대통령 탄핵은 상상도 못했다. 평생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 대통령 탄핵을 다시 볼 줄은 몰랐다. 12년 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한 국회 본회의의 아수라장을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가 데스크가 돼 똑같은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면서 느낀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63일짜리 정치탄핵’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비리나 국정 운영과는 관계없는 말이 화근이었다. “총선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이 탄핵 사유였다. 야당은 밀어붙였고, 탄핵안은 통과됐다. 국민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탄핵은 거센 역풍을 불렀다.

경제 못 따라가는 4류정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달랐다. ‘국민 탄핵’이다. 촛불을 앞세운 시민이 주도했다. 목소리를 높인 야당 대선주자들은 촛불민심에 끌려다닌 조연에 불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진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야당이 탄핵을 ‘전리품’으로 여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그럴 자격도 없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은 유례가 없다. 경제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적 후진정치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탄핵 국면에서 확인된 선진 시민의식과 동떨어진 ‘4류 정치’의 현주소다. 탄핵은 우리 정치권에 대한 엄중한 경고다.

탄핵이 정치권에 던진 메시지는 대략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탄핵은 혼란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할 일은 끝났다. 최종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탄핵 심판을 1월까지 끝내야 한다”며 헌재를 압박하는 일부 야당의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 국가보다는 대선 유불리를 따지는 정략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정치논리로 혼란 키워선 안돼

둘째,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정치권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대행체제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 총리 추천 요청을 거부, 교체 기회를 날린 것은 바로 야권이다. 황 대행을 교체할 현실적인 방법도 없다. 황 대행체제를 흔들기보다는 여야정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전권을 가진 경제사령탑을 세우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셋째, 내년 대통령 선거 일정을 마련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도 시급하다.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두 달 동안 대선 후보를 뽑고 정책공약을 마련한 뒤 선거를 치러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후보를 검증할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부실 검증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을 뽑는 것보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 게 더 중요하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 입장’을 공표하면 6월 대선이 확정돼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지만 여의치 않다면 여야가 협의를 통해 대체적인 일정을 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개헌도 고민해야 한다. 모든 대통령이 불행해진 것을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다. 5년 대통령 단임제는 한계에 왔다. 국회의원 대다수도 공감한다. 불행한 대통령을 만드는 현 권력구조를 바꾸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재창 부국장 겸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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